우리 부모님, 이제 건강이 가장 중요해요
나이가 들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부모님 건강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전화를 드릴 때마다 "몸은 괜찮으시냐"는 말부터 나오게 되더라고요. 젊을 때는 우리가 부모님께 의존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부모님을 챙겨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부모님 세대는 자신의 건강보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더 신경 쓰며 살아오셨어요. 그러다 보니 정작 본인의 몸 관리에는 소홀했던 경우가 많죠.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가 나서서 부모님의 건강을 챙겨드려야 할 때입니다.
정기검진, 미루지 말고 함께 가세요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것이 정기검진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몸이 아프지 않은데 왜 병원에 가야 하느냐"고 하시지만, 60대 이후에는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예요.
국가건강검진은 2년마다 받을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특히 암 검진은 반드시 받으셔야 해요.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진은 국가에서 지원하니까 비용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부모님과 함께 검진을 받으러 갑니다. 혼자 가시면 의사 선생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시거나 중요한 내용을 놓치실 수 있어서요. 함께 가면 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고, 필요한 추가 검사나 치료에 대해서도 바로 상의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과 당뇨, 침묵의 살인자들
부모님 세대에게 가장 흔한 만성질환이 고혈압과 당뇨병입니다. 문제는 이 질병들이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죠.
고혈압의 경우 정상 혈압은 120/80mmHg 미만입니다. 140/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받게 되고요. 부모님께서 혈압약을 드시고 계시다면, 약 복용을 절대 임의로 중단하시면 안 됩니다.
"요즘 몸이 좋아진 것 같다"며 약을 끊으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에요.
당뇨병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식후 2시간 혈당이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받게 됩니다. 당뇨는 합병증이 무서운 질병이에요. 눈, 신장, 신경, 혈관 등 온몸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혈압과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집에서도 꾸준히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가정용 혈압계나 혈당측정기가 많이 나와 있어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요. 부모님께 선물로 드리고 사용법을 알려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식습관 개선,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세요
나이가 들면 입맛도 변하고 소화 능력도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짠 음식을 더 찾게 되고,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드시게 되죠. 하지만 이런 식습관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염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WHO 권고량의 2배가 넘습니다. 특히 김치, 젓갈, 국물 요리를 많이 드시는 부모님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해요.
국물 요리를 하실 때는 멸치나 다시마로 진한 육수를 우린 다음, 소금 대신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시도록 권해드리세요. 마늘, 생강, 양파, 허브 등을 활용하면 짜지 않게도 충분히 맛있게 요리할 수 있어요.
단백질 섭취도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드셔야 해요. 고기를 잘 드시지 못한다면 계란, 두부, 콩류, 생선 등을 권해드리세요. 특히 등푸른 생선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서 혈관 건강에도 좋습니다.
운동, 무리하지 말고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많은 부모님들이 "나이가 이런데 무슨 운동을 하냐"고 하세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운동이 더 중요해집니다. 다만 젊을 때처럼 격렬한 운동을 할 필요는 없어요.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입니다. 하루 30분씩, 주 5일 이상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처음에는 10-15분부터 시작해서 점차 시간을 늘려가시면 됩니다.
걸을 때는 평지보다는 약간의 경사가 있는 곳이 좋고,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천천히 걸으시면 됩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맨손 체조도 좋습니다. TV를 보시면서도 할 수 있는 목과 어깨 돌리기, 발목 돌리기 같은 것들부터 시작해보세요. 유튜브에 시니어를 위한 운동 영상들이 많이 있으니 함께 찾아서 보여드리는 것도 좋겠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입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몰아서 하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에요.
약물 관리, 체계적으로 해주세요
부모님들이 복용하시는 약이 점점 늘어나다 보면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혈압약, 당뇨약, 관절약 등등... 언제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 헷갈리시는 경우가 많아요.
약통을 요일별로 나눠서 미리 준비해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일주일치를 한 번에 정리해두면 약을 빼먹지 않고 드실 수 있어요. 또한 복용하고 계시는 모든 약의 목록을 정리해서 냉장고나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시면 응급상황에 도움이 됩니다.
다른 병원에 가실 때는 현재 복용 중인 약 목록을 반드시 가져가시도록 해야 합니다. 약물 상호작용을 피하기 위해서죠.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예요. 약과 함께 복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새로운 건강식품을 드시기 전에는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시도록 권해드리세요.
정신 건강도 놓치지 마세요
신체 건강만큼 정신 건강도 중요합니다. 은퇴 후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보니 우울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아요.
부모님과 자주 통화하고, 가능하면 직접 찾아뵙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계시는 시간이 많으시면 취미 활동을 권해드리세요. 요즘은 복지관이나 평생교육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림 그리기, 원예, 요리 등 새로운 것을 배우시는 것도 좋고, 다른 분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수면의 질도 중요해요.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들고 자주 깨게 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주무시거나 낮잠을 많이 주무시면 밤에 잠이 안 올 수 있어요.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시도록 도와드리세요.
응급상황 대비책
마지막으로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두어야 합니다. 부모님 집에는 응급연락처를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휴대폰에도 응급연락처를 등록해드리세요. 119는 물론이고, 평소 다니시는 병원, 단골 약국, 그리고 우리 연락처도 포함해서요.
혈압계, 체온계 같은 기본적인 의료기기도 준비해두시면 좋습니다. 간단한 상비약도 챙겨드리되, 유통기한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서 교체해드려야 해요.
부모님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요. 때로는 부모님께서 "괜찮다, 신경 쓰지 마라"고 하시겠지만, 우리가 먼저 나서서 챙겨드려야 합니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 그것이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효도가 아닐까요?